책소개
작가: 박준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일: 2017.06.03
박준 시인이 전하는 떨림의 간곡함!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32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2017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정(Lyric)’을 담은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지난 4년간 탐구해 온 저자는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짙은 사유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인천 발달’,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등의 시편들과 함께 저자의 시집을 열렬히 동반하며 그가 시를 쓰던 몇몇 순간을 호명한 허수경 시인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교보문구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느낀점
SNS를 하다가 우연히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를 발견했다. 제목의 특이함과 동시에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집이었는데,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시를 읽으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2개의 시가 있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는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이 시를 처음 읽자마자 너무 좋았다. 시의 제목처럼 슬픔은 정말 자랑이 될 수 있을까? 화자는 폐가 아픈 일, 눈이 작은 일, 눈물이 많은 일은 자랑이 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눈물은 자랑이 된다. 누군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준다면,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를 위한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이제 기분이 울적하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준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눈물이 맺히듯, 나는 이제 당신에게 맺혔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고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어느 시의 제목이다. 몸이 아픈 화자는 마치 약을 지어먹듯이 누군가를 떠올리며 아픔을 견뎠을 것이다. 얼굴도 한 번 본 적도 없지만 당신의 이름으로 자서전을 쓰고, 당신을 떠올리며 이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당신의 글은 나의 마음속으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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